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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4화

  • [한연희 시점.]
  • 강재호가 얼굴 가득 다정한 표정으로 말했다.
  • “그래,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자.”
  • 말이 끝나자마자 강재호는 나를 바닥에서 홱 끌어 올렸다.
  • 순간 등골에 소름이 쫙 돋은 나는 믿기지 않는 듯 강재호를 노려봤다.
  • “강재호, 너 미쳤어?”
  • 강재호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내 손만 악착같이 움켜쥐었다.
  • 손발이 다쳐 힘을 줄 수도 없었던 나는 온몸으로 퍼지는 욱신거리는 통증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이 턱 막혔다.
  • 아무리 버둥거려도, 그의 손아귀에 있는 난 그저 한낱 장난처럼 보일 뿐이었다.
  • 뒤에 있던 강재호 친구들과 도민지가 내 꼴을 보더니, 비명 지르며 박수 치고 환호했다.
  • 한참 후, 강재호가 번화한 상가 입구에서 멈춰 섰다.
  • 도민지가 위아래로 나를 훑더니, 내 니트 원피스에 시선이 꽂혔다.
  • “재호가 그러던데, 네 다리가 아주 하얗고 곧다고. 우리 감상이라도 하게 드러내 볼까, 응?”
  • 그러더니 치맛단에 있는 실밥을 홱 잡아당겨 흔들었다.
  • “한연희, 쑥스러워할 필요 없어. 네 본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는 거니까...”
  •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나가 도민지 손에 잡힌 실밥을 뺏으려 했지만, 강재호가 내 어깨를 꽉 누르더니 뒤에 서 있던 놈한테 떠밀었다.
  • “출발~”
  • 강재호가 도민지를 번쩍 안아 들더니 길가에 세워져 있는 파가니 스포츠카 앞으로 달려갔다.
  • 그러고는 내 치마 실밥을 스포츠카 범퍼에 묶었다.
  • 차에 앉은 도민지가 차 창문을 내리더니 씩 웃으며 나를 놀렸다.
  • “빨리 뛰어야 해, 한연희~”
  • “악!”
  • 차가 앞으로 내달리자 내 원피스가 순식간에 풀리기 시작했다.
  • 너무 속도에 나는 어떻게든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빙빙 돌 수밖에 없었다.
  • “푸하하하!”
  • 차에 앉아 있는 도민지가 폭소를 터뜨렸다. 그러고는 조수석 창문으로 몸을 빼꼼 내밀어, 신이 난 듯 고함쳤다.
  • “여러분, 제 아트 쇼 보러 오세요! 달려라, 한연희!”
  • 뒤쪽에선 강재호 패거리들이 껄껄대며 스포츠카 뒤에 바짝 붙었다. 그러고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나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.
  • “빨리 찍어, 빨리! 다리 다 드러났다!”
  • “강재호, 저 물건 나한테 보네. 저 다리, 만지면 끝내주겠는데!”
  • “네가 뭘 알아, 저런 척 고상한 연예인 병 여자들은 엉덩이가 진짜거든. 그게 맛이야!”
  • 사방에서 모욕하는 말이 끊이지 않고 고막을 찔렀다.
  • 놀란 나는 어떻게든 몸을 가리려 했지만, 앞차에 끌려가다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쳐졌다.
  • 안 그래도 다친 몸이라 손으로 버틸 수가 없었다. 그러다 보니 살갗이 순식간에 잔뜩 까졌다.
  • 그런데도 강재호는 속도를 줄일 생각 따위 하지 않고 액셀을 더 세게 밟았다.
  • 나는 차에 질질 끌려가며 바닥에 진한 핏자국을 남겼다.
  • “강재호!”
  • 이를 갈며 실밥을 끊어보려 했지만, 옷만 더 빨리 사라질 뿐이었다.
  • 마침내 스포츠카가 시야에서 아득히 멀어졌다. 나는 팬티 한 장으로 몸을 가린 채 개처럼 비참하게,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.
  •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수군거렸다.
  • “와, 브라도 안 했네!”
  • “진짜 쩌네! 지금 사거리에서 촬영하는 거야?”
  • “어디서 튀어나온 창녀야? 지독하네! 뜨기 위해 체면도 신경 안 쓰나 봐!”
  • 역겨운 말들이 내 살을 갈기갈기 찢으며 심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.
  • “꺼져! 다 꺼져!”
  • 완전히 무너진 나는 그 자리에 웅크린 채 머리를 꼭 감쌌다.
  • ...
  • [강재호 시점.]
  • 차가 2,3킬로 앞으로 나가자마자 길가에 멈춰 세웠다.
  • 왠지 모르게, 조금 전 한연희의 그 절망적인 표정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.
  •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.
  • “멀리서 지켜봐. 아무도 연희 건드리지 못하게.”
  • “걱정 마, 강재호. 우리 차에 옷 있어. 도민지 좀 진정시키고 한연희에게 옷 줄게.”
  • 전화를 끊었는데도, 이상하게 불안이 가시질 않았다.
  • 그걸 본 도민지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알을 굴렸다.
  • “그렇게 걱정되면 얼른 돌아가. 영웅 놀이해서 구해주면, 널 더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잖아?”
  • 삐치는 도민지의 모습에 나는 코웃음을 치고는, 도민지의 손등에 키스하고 품에 끌어안았다.
  • “은혜도 모르는 꼬맹이. 너 때문에 내가 걔 옷까지 홀딱 벗겼거든? 내가 누구를 걱정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?”
  • 그러면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도민지를 바라봤다.
  • “내 심장이라도 꺼내 보여줘야 믿을래?”
  • 눈치가 빠른 도민지는 내 손을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.
  • “내 심장도 네 거야.”
  • 그러고는 자기 옷 단추를 풀어 헤치고, 음탕한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.
  • “만져봐. 맘에 들어?”
  • 역시, 도민지는 이런 유혹을 잘하는 요정 같았다. 몸을 숙여 입으로 내 바지 지퍼를 물고 아래로 내렸다.
  • 그 모습에 문득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.
  • ‘연희는 너무 고리타분하고 재미가 없어. 연희도 이렇게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...’
  •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, 친구에게서 갑자기 메시지가 왔다.
  • [강재호, 상황이 우리 예상과 좀 달라졌어.]
  • [누군가 왔어. 어떤 남자가 들이닥쳤어!]
  • 곧바로 대화창에 영상이 올라왔다.
  • 영상 속, 한 남자가 달려왔다. 남자의 압도적인 기세에 주위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.
  • 얼굴 정면이 찍히지 않아, 넓고 커다란 남자의 등만 영상 속에 보였다.
  • 그는 바로 겉옷으로 한연희의 어깨에 둘러 준 뒤, 품에 꽉 끌어안았다.
  • “미안해, 자기야. 내가 늦었지.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