약혼남의 여사친이 내 웨딩링을 꼈다
jinjin
Last update: 1970-01-01
제1화
- [한연희 시점.]
- 내 약혼자 강재호에게 도민지라는 여사친이 있다.
-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붙어 다녔다.
- 나와 강재호가 조금만 다정해 보이면 그녀는 꼭 끼어들어 판을 깼다. 강재호는 늘 ‘여동생 같은 애’라면서,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다.
- 그러다 어느 날 강재호가 나를 주려고 준비해 둔 결혼식 다이아몬드 반지를 도민지가 발견했다.
- 그러자 대놓고 난리를 치며, 내가 강재호를 자기 옆에서 빼앗아 갔다고 떠들어댔다. 그러고는 울며불며 우리 신혼 침대에까지 기어 올라갔다.
- 도민지를 달래기 위해 강재호는 파혼까지 감행했다.
- 폭우가 내리던 밤, 강재호는 도민지를 끌어안고 침실로 들어간 뒤 잠옷만 입은 나를 문밖으로 내쫓았다.
- “연희야, 나한테 민지는 그냥 여동생일 뿐이야. 너희 둘 다 내 보물이야.”
- 그러고는 나를 보며 한마디 했다.
- “일단 넌 우선 나가 있어. 괜히 민지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. 화 풀리면 내가 들어오라고 연락할게.”
- 이틀 뒤, 여사친 도민지는 내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, 온몸에 키스 마크를 드러낸 채, 강재호와 키스한 사진을 올렸다.
- [히히, 나를 달래기 위해 이 남자가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나 줬다~]
- 나는 화도 안 났다. 그저 담담하게 댓글을 달았다.
- [마음껏 키스해. 그 입으로 내 발가락도 핥았으니까.]
- 강재호는 또다시 화가 나서 울어버린 도민지를 달래면서, 동시에 미친 듯이 내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었다.
- “도민지한테 사과해! 네가 사과 안 하면 절대 너랑 결혼 못 하니까!”
- 하지만 강재호의 문자에 답장을 한 건 그가 모르는 낯선 남자였다.
- [나랑 결혼할 여자니까 너는 꿈 깨.]
- ...
- 강재호가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댄 탓에, 짜증이 난 나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.
- 잠깐 멈칫하던 강재호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.
- “나를 자극하기 위해 돈 주고 사람 시켜서 장난 문자까지 보내는 거야? 그렇게 해서 질투를 유발하면 될 줄 알았어? 그만해, 연희야.”
- 나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.
- “강재호, 우리 이미 파혼했어. 네가 직접 발표했잖아, 기억 안 나? 나 결혼할 사람 생겼으니까 이제 전화 그만해.”
-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시원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.
- “아이고, 우리 민지 공주 얼른 달래고 연희 공주님 만나러 가야겠네. 안 그러면 우리 연희 공주를 딴 놈이 뺏어가겠어.”
- 나는 강재호의 말에 전혀 휘둘리지 않고 똑바로 다시 말했다.
- “네 일은 앞으로 내게 통보 안 해도 돼. 근데 미미는 내가 데려갈 거야.”
- 미미는 내가 오래 키운 고양이다. 내 자식과 같은 반려묘였기에 곁에 없으면 불안했다.
- 강재호는 한참이나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.
- 처음에는 전화를 끊은 줄 알았다. 그런데 휴대폰을 실수로 잘못 눌러 볼륨이 높아진 후에야 강재호가 낮은 소리로 도민지를 달래고 있는 것을 알았다.
- “우리 공주님, 이제 떼 좀 그만 써. 너 때문에 내 결혼까지 망치게 생겼어.”
- 강재호가 콧소리를 내며 도민지를 달래고 있었다.
- “내 신부 사라지면, 네가 책임질 거야?”
- 그러자 도민지가 눈물을 훔치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.
- “그럼 내가 대신 네 신부가 될게!”
- “울지 마, 제발... 네가 울면 내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으니까...”
- 나는 바로 통화 녹음 버튼을 눌렀다. 그렇게 그들의 달달한 대화를 십 분 동안이나 들었다.
- 한참 후 강재호가 다시 전화를 제대로 집어 들더니, 체념이 가득한 어조로 나에게 어리광 부리듯 말했다.
- “알았어, 네가 내 곁에 돌아오고 싶어 하는 거 알아. 민지한테 일단 얘기해 놨어.”
- 그러고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.
- “민지가 아직 허락하지는 않았지만, 일단 우리 저택 마당에 와서 민지한테 사과해. 허락하면 그때 집으로 들여보내 줄게.”
- 강재호는 마치 큰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목소리마저 한 톤 다운되었다.
- “너 때문에 이번엔 회사 지분까지 떼주면서 겨우 사과했어. 다음엔 없다, 알겠지?”
- ‘내 집 들어가는데 언제부터 도민지 허락까지 필요해진 거지?’
- 나는 비꼬듯 입꼬리를 올렸다.
- “참 많이 희생했네, 강재호. 내가 큰절이라도 하면서 감사 인사라도 해줘야 하나?”
- 그러자 강재호가 우쭐하며 말했다.
- “그럼~ 네가 밖에서 비 맞는 모습을 내가 어떻게 보고만 있겠어. 그런데 이번엔 진짜 민지가 배려해 준 거니까, 네가 민지한테...”
-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. 그러고는 가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.
- 말귀를 못 알아듣는 놈이라면, 더는 봐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.
- ...
- 가방을 들고 저택 앞에 서서 비밀번호가 될 만한 숫자는 다 눌러봤다.
- 하지만 잠금키는 열리기는커녕 전자 도어락만 아예 잠금 모드가 되어버렸다.
- 문밖의 소리를 들었는지, 강재호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.
- “너 나 보고 싶어 하는 거 알아. 근데 그 새도 못 참아? 민지 아직 화 안 풀렸어, 네가 들어오는 것도 허락 안...”
- 나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강재호의 말을 끊으며, 뒤에 있던 수리 기사들에게 말했다.
- “문 부숴요.”
- 강재호는 바로 멍해졌다.
- “뭐라고?”
- 강재호의 물음에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. 하지만 문을 후려치는 쾅쾅 소리가 내 마음을 강재호에게 똑똑히 전달했을 것이다.
- “한연희!”
- 강재호가 이를 갈며 내 이름을 불렀다.
- “너 미쳤어?”
- 이내 박살 난 문이 나의 모든 대답을 대신했다.
- 전화기 너머로 화가 난 도민지의 목소리도 들렸다.
- “강재호, 너희 집 개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거야? 나 오늘 기분 완전히 망쳤으니까, 오늘은 키스 금지야!”
- 그러자 도민지의 비위를 맞추려는 강재호의 목소리가 잇달아 들렸다.
- “우리 예쁜 공주님, 나 한연희한테는 진짜로 네가 허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어. 한연희가 왜 저러는지 나도...”
- 나는 부서진 문짝을 발로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.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고 있었지만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거실부터 훑었다.
- “강재호, 미미는 어딨어?”
- 강재호는 순간 뭔가에 찔린 것처럼 온몸을 움찔했다. 강재호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, 옆에 있던 도민지가 득의양양한 듯 코웃음 쳤다.
- “그 여기저기 똥오줌 싸질러대는 잡것 말하는 거야?”
- “네가 나간 뒤로 미친 듯이 울어대더라. 계속 야옹야옹! 공주는 잠꾸러기라는 말 알지? 그 고양이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내 피부 다 망가질 뻔했잖아. 그래서 입 좀 다물게 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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