제3화
- “놔! 그 사람 건드리기만 해 봐!”
- “내가 못 할 것 같나?”
- 그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. “서보라, 경고하는데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. 나도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.”
- 아래층 정원에서 비틀거리며 걷는 아버지의 초라한 뒷모습을 본 순간, 온몸의 힘이 탁 풀렸다.
- 졌어.
-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, 처참하게 패배했다.
- 그럼에도 완전히 빡쳤다.
- 비열하기 짝이 없는 강한준의 수법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.
- 겉으로는 아버지를 저택 정원에서 편히 모시는 척했지만, 실상은 내 목줄을 죄기 위한 가장 확실한 인질로 삼은 것이다.
- 하지만 이대로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.
- 깊은 밤, 나는 매트리스에서 미리 빼두었던 가느다란 철사를 꺼내 들었다.
- 3년 동안의 감옥 생활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코딩뿐만이 아니었다.
- 저택 안은 칠흑 같은 어둠과 심장 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정적에 잠겨 있었다.
- 나는 맨발로, 유령처럼 소리 없이 강한준의 서재 앞으로 다가갔다.
- 우선 새로운 컴퓨터가 필요했다.
-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, 그의 금고 안에 숨겨진 리조트 프로젝트의 원본 재무 데이터를 손에 넣어야 했다.
- 그 안에 그들의 추악한 범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들어 있을 것이다.
- 서재의 도어락 따위는 내게 장난감이나 다름없었다.
- 순식간에 문을 열고 안으로 잠입했다.
- 창밖으로 스며드는 달빛에 의지해 벽에 매립된 금고를 찾아냈다.
- 최신형 홍채 및 음성 이중 인증 금고였다.
- 나는 주머니에서 시계 부품을 개조해 만든 소형 전파 교란기를 꺼냈다.
- 금고의 경보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해서였다.
- 이제부터는 정교한 기술 싸움이다.
- 초소형 청진기를 금고 문에 밀착시키고, 숨을 죽인 채 다이얼을 미세하게 돌리기 시작했다.
- 딸칵.
- 금속음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.
-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,마지막 번호 조합만을 남겨두었을 때였다. 갑자기 서재의 조명이 환하게 켜졌다.
- 찰나의 순간, 온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었다.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강한준이 문가에 서 있었다. 와인잔을 든 채, 아주 흥미로운 구경거리라도 발견했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.
- “서보라, 이 늦은 시간에 잠도 안 자고 내 서재에서 뭘 하는 거지?”
- 그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청진기와 금고 다이얼에 꽂혔다.
- “설마…잃어버린 물건이라도 찾고 있었나?”
-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지만, 나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태연함을 가장했다.
-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.
- “잠이 안 와서 집 구경 좀 했어.”
- 도구를 챙기며 차갑게 대꾸했다. “강한준 씨야말로 참 한가하시네요. 이 새벽에 와인을 즐기시다니.”
- “그러게 말이야.”
- 그는 잔 속의 와인을 가볍게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. “스스로 덫에 걸어들어올 쥐새끼 한 마리를 기다리고 있었거든.”
- 그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.
- 처음부터 내 움직임을 지켜보며 함정을 파놓았던 것이다.
- “내가 널 너무 얕봤어.”
- 그가 내 코 앞까지 다가와 몸을 숙였다.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. “자물쇠 따는 법과 연기까지...... 서보라, 대체 감옥에서 뭘 배운 거지?”
- 그의 손가락이 교활하게 내 뺨을 노골적으로 훑었다. 하지만 내려다보는 눈빛은 살을 에는 칼바람처럼 차가웠다.
- “그 재주들, 어디 하나씩 다 보여줘봐.”
- 코앞에 마주한 그의 얼굴. 한때 미치도록 사랑했던 그 얼굴이 이제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다.
-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또렷하게 한 글자씩 내뱉었다. “그래, 좋아.”
-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등 뒤에 숨겨두었던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.
- 방에서 미리 챙겨운 날을 세운 과도였다.
- 조명 아래 차갑게 번뜩인 칼끝이 그의 심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.
- 그의 동공이 경악으로 수축했다. 설마 내가 이 자리에서 정말로 그를 죽이려 들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.
유료회차
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