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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5화 면접

  • 리셉션 직원은 다시 자신의 업무로 돌아갔다.
  • 다은은 그 틈을 이용해 로비를 천천히 둘러봤다.
  • 벽에는 현대적인 감각의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, 부드러운 가죽 소파와 유리 테이블은 공간 전체에 세련된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.
  •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산된 듯 보였다.
  • 이곳은 단순한 회사가 아니었다.
  • 권력과 돈, 그리고 영향력이 움직이는 세계였다.
  • 다은은 직감했다. 여기서는 단순히 능력만 뛰어나서는 부족하다.
  • 분위기를 읽고,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.
  • 사소한 디테일 하나조차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었다.
  • 잠시 후 그녀의 이름이 불렸다.
  • 드디어 첫 번째 면접 차례였다.
  • 가슴이 다시 긴장으로 조여오기 시작했지만, 다은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차분한 표정을 유지했다.
  • 리셉션 직원은 친절하게 그녀를 엘리베이터 앞으로 안내했다.
  • “인사팀은 이 층입니다.”
  • 직원이 버튼을 눌러주자 엘리베이터 문이 조용히 닫혔다.
  • 짧은 상승 시간 동안 다은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.
  • 문이 열리자 차분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사무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.
  • 화려하지는 않았지만,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었다.
  •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작은 회의실이 보였다.
  • 안쪽에는 중년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.
  • 등받이가 높은 의자,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, 그리고 손에 들린 서류철.
  • 그 위에는 분명 한다은—
  • 아니, 한옥순의 이력서가 놓여 있었다.
  • 여성은 단정한 수트를 입고 있었고, 차가운 전문직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.
  • 그녀는 다은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.
  • “반가워요, 옥순 씨.”
  • 차분한 미소와 함께 그녀가 말했다.
  • “앉으세요.”
  • 그리고 스스로를 소개했다.
  • “저는 유설입니다. 인사 담당 매니저예요.”
  • 유설은 서류를 가볍게 넘기며 말을 이었다.
  • “이력서는 잘 검토했습니다. 이번 채용 조건과 상당히 잘 맞는 경력을 가지고 계시더군요.”
  • 그녀의 시선이 다은에게 향했다.
  • “우선 본인 소개와 이전 업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어요?”
  • 다은은 손끝의 긴장을 감추며 천천히 미소 지었다.
  • 그리고 건우가 만들어준 ‘한옥순’의 인생을 자연스럽게 꺼내기 시작했다.
  • 그녀는 첫 직장부터 현재까지의 경력을 차분하게 설명했다.
  • 마치 정말 그 삶을 살아온 사람처럼.
  • “지난 5년 동안 국제 기업에서 행정 코디네이터로 근무했습니다.”
  • 다은은 적당한 타이밍에 잠시 말을 멈추며 유설의 반응을 살폈다.
  • 유설은 집중한 표정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.
  • 다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.
  • “주요 업무는 임원 일정 관리와 미팅 조율, 프로젝트 진행 지원이었습니다. 여러 부서 간 협업을 조율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.”
  • 그녀의 목소리는 안정적이었다.
  • “기획안부터 최종 보고서까지 각종 문서를 관리했고, 모든 자료가 정확하고 제시간에 전달되도록 책임졌습니다.”
  • 유설은 가볍게 메모를 남겼다.
  • 다은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.
  • “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우선순위를 정리하며 일하는 데 익숙합니다. 복잡한 행정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은 이번 포지션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.”
  • 마지막 문장을 마친 순간에도 그녀는 흔들림 없는 표정을 유지했다.
  •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었다.
  • 유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.
  • 그리고 몇 가지 추가 질문을 이어갔다.
  • 특히 기밀 정보 관리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.
  • 다은은 사전에 준비해 둔 답변을 자연스럽게 꺼냈다.
  • 보안 시스템 사용 경험.
  • 기밀 문서 관리 절차.
  • 접근 권한 통제 방식.
  • 그녀는 실제 경험이 있는 사람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.
  • 면접은 예상보다 길어졌다.
  •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은 역시 점점 안정감을 되찾고 있었다.
  • 마침내 유설이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.
  • “오늘 면접은 여기까지입니다, 옥순 씨.”
  • 그녀는 정중하게 미소 지었다.
  • “좋은 이야기 감사했습니다. 결과는 곧 연락드리겠습니다.”
  • 다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.
  • 회의실 문을 나선 순간, 그녀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.
  • 최선을 다했다.
  • 적어도 후회는 없었다.
  • 긴장으로 굳어 있던 마음속에 아주 희미한 희망이 스며들기 시작했다.
  • 이제 남은 건 결과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.
  • 하지만 놀랍게도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.
  • 다은이 1층 로비로 돌아왔을 때였다.
  • 가방 속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.
  •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냈다.
  • 발신인은 유설.
  • 다은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.
  • 그녀는 곧바로 메시지를 열었다.
  • 메시지를 읽는 순간, 긴장으로 굳어 있던 몸이 조금씩 풀렸다.
  • 안도감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다.
  • 하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떠오른 감정은 확신이었다.
  • 그녀는 지금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.
  • 다은은 곧바로 짧은 감사 인사를 보냈다.
  • 그리고 내일 면접에 참석하겠다는 답장을 남겼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