비서가 아니라 스파이입니다만
Yanika Lero
Last update: 1970-01-01
제1화 비밀의 봉투
- “정체가 들키면 정말 끝이 될 수도 있어.”
- 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, 그 안에 담긴 불안은 숨겨지지 않았다.
- 그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.
- “그 정도 위험까지 감수할 생각인가?”
- 다은은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. 하지만 이미 답은 그녀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.
- “네, 감수할 거예요.”
- 그녀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.
- “저는 이미 이 길에 들어섰습니다.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어요.”
- ---
- 서울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고 있었다.
- 가느다란 빗줄기가 고층 빌딩의 유리창을 조용히 두드렸다.
- ‘모닝 스타’ 출판사 사무실의 아침은 늘 그렇듯 분주했다.
- 전화벨 소리와 빠른 발걸음, 낮게 오가는 대화들이 공간을 채웠다.
- 공기 속에는 갓 내린 커피 향과 새 종이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.
- 직원들은 복도를 바쁘게 오가며 출간 일정과 수정본,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.
- 이곳의 일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.
- 다은은 평소처럼 단정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.
- 검은 스커트와 가벼운 흰 블라우스는 그녀 특유의 절제된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.
- 그녀의 눈빛에는 냉철한 집중력과 반드시 일을 끝내고야 마는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.
- 그녀는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.
- 커다란 창문 너머로는 잿빛 빗속에 잠긴 서울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.
- 문을 닫은 순간, 다은의 움직임이 멈췄다.
- 깔끔하게 정리된 서류들 사이에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.
- 발신인도 없는, 낯선 봉투였다.
-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.
- 본능적으로 느껴졌다. 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게.
-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어둔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.
- 그리고 다시 한 번 봉투를 바라봤다.
- 작게 중얼거리며 봉투 끝을 조심스럽게 뜯었다.
- 안에 든 내용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신중한 손길로.
- 안에는 얇은 검은색 파일이 들어 있었다.
- 다은은 파일을 펼쳤다.
- 그리고 첫 페이지를 보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.
-
-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.
- 굵은 글씨로 적힌 제목은 마치 안에 숨겨진 진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듯했다.
- 서이준.
- 초호화 호텔 체인을 소유한 남자.
- 언론과 사교계 기사에서 끊임없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.
- 성공, 막대한 부, 압도적인 영향력.
- 그리고 동시에, 끝없이 따라다니는 어두운 소문들.
- 하지만 그 어떤 의혹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적은 없었다.
- 다은은 과거 기사들을 떠올렸다.
- 누군가는 그를 천재적인 사업가라 불렀고, 또 다른 누군가는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남자라고 했다.
-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그 말들 너머에 숨어 있었다.
- 그런데 지금, 그녀의 손 안에는 사람들이 비밀스럽게 수군대던 의혹의 증거가 들어 있었다.
- 이 파일은 서이준의 진짜 얼굴을 밝혀낼 열쇠가 될지도 몰랐다.
- 그리고 다은은 직감했다. 기자로서의 본능이 강하게 속삭이고 있었다.
- 이건 그녀에게 찾아온 기회라고.
- 다은은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.
- 숫자들.
- 거래 내역.
-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.
- 모든 내용이 지나치게 정교했다.
- 단순한 조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.
- 이 자료는 엄청난 특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.
- 그녀는 계속해서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. 그리고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.
- 평범한 취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.
- 다은은 천천히 파일을 덮었다.
- 시선은 한동안 그 위에 머물러 있었다.
- 진실에 도달하려면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. 아주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.
- 동료들이 “이번 주 시작은 정말 지루해”라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을 때,
- 다은은 이미 서이준의 세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계획하고 있었다.
- ---
- 이준은 서류와 보고서가 정돈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.
- 통유리창 너머로는 비에 젖은 서울이 회색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.
-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을 만들어냈다.
- 책상 한가운데에는 그의 일정과 메모가 정리된 가죽 오거나이저가 놓여 있었다.
- 이준은 언제나처럼 완벽했다.
- 짙은 네이비 수트.
- 새하얀 셔츠.
- 흐트러짐 없이 매인 넥타이.
- 겉으로는 차분하고 냉정했지만, 굳게 다문 입술이 그의 긴장을 드러내고 있었다.
- 회색 눈동자는 손에 들린 문서에 고정되어 있었다.
- 그 문서만이 지금 이 완벽한 질서 속에서 유일하게 어긋난 존재였다.
- 이준은 오늘 아침 보고받은 정보 유출 문제를 분석하는 데 완전히 몰두해 있었다. 처음에는 사소한 실수처럼 보였다.
-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.
- 그의 개인 비서인 제인이 기밀 문서를 잘못된 수신인에게 보내버린 것이다.
- 그 안에는 극비 수준의 전략 정보가 담겨 있었다.
- 재무 전망, 합병 계획, 신규 프로젝트.
- 절대로 회사 밖으로 새어나가선 안 되는 내용들.
- 하지만 이제 그 문서는 제3자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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