제2화
- 잠깐 정적이 흐른 뒤, 강하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.
- “배고프지? 먼저 식당 가서 뭐라도 먹자. 그다음 집에 데려다줄게.”
- 말투가 담담했다.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.
- 오히려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온몸이 떨리는 내가 우스워 보였다.
- “강하민, 너 왜 이러는 거야?”
- “평생 나를 소중히 하겠다면서!”
- 나는 악을 쳤고, 눈물은 꼴사납게 쏟아졌다.
- 하지만 이번엔, 강하민이 예전처럼 안쓰럽다며 눈물을 닦아 주지 않았다.
- 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, 비웃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.
- “홍은서, 네가 처음에 나를 골랐다면, 아마 진짜 평생 아꼈을 거야. 그런데 지금 넌 중고품이잖아. 내가 왜 너 때문에 손해를 봐야 하지?”
- 그 말 끝에, 그는 베풀 듯 휴지 한 장을 내밀었다.
-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물러났다. 악마를 보는 눈으로 그를 봤다.
- 우리는 대학 동기였다.
- 몇 년 전에는 강하민과 최상우가 동시에 나를 따라다녔다.
- 그때 나는 최상우를 선택했다.
- 강하민은 정중히 축하한다며 내 세계에서 물러났다.
- 최상우가 바람을 피우기 전까지는.
- 나는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해, 손목을 그어 버렸다.
- 그때 다시 나타난 사람이 강하민이었다. 밤낮없이 곁을 지키고, 나를 다독이고, 지옥 같은 곳에서 사람 사는 데로 끌어냈다.
- 그때의 다정함이 떠올라, 나는 막막하게 물었다.
- “그렇게 신경 쓰였으면, 왜 날 다시 쫓아와서 사귀자고 했어? 왜 나랑 같이 있었어?”
- 눈이 마주치자, 그의 눈동자에 절망한 내 얼굴이 비쳤다.
- 강하민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.
- “난 괜찮을 줄 알았거든. 근데 우리가 결혼 준비를 하다 보니까…”
- 그는 나를 보며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.
- “네가 너무 능숙하더라.”
- “웨딩 촬영 가서는 영업이랑 흥정하는 법도 딱딱 알고, 반지 사러 가서는 예식장에서 쓸 가짜 반지까지 같이 사자고 하고, 오늘 혼인신고 하는 날도 검색 한 번 안 하고 뭘 챙기고 뭘 입어야 하는지 줄줄이 알고…”
- 강하민의 얼굴이 완전히 굳었다.
- “네가 하는 모든 게 내게 상기시켰어. 내가 아내로 맞는 여자는 중고품이라는 걸.”
- “홍은서, 난 분해.”
- 눈물이 차올라 앞이 흐려졌다.
- 보이진 않는데, 그의 말은 더 또렷하게 들렸다.
- “그런데 여전히, 널 사랑해.”
- “네가 최상우랑 1년 결혼 생활 했으니까 나도 1년은 마음대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올 거야. 이 정도면 꽤 공평하잖아?”
- 나는 눈을 깜빡였고, 눈물이 강하민의 손등에 톡 떨어졌다.
- 그는 데인 사람처럼 손을 홱 거뒀다.
- “공평 같은 소리하고 있네.”
- “신경 쓰였으면 말하면 되잖아. 날 구해 놓고선, 또 배신하는 게 말이 돼?”
- “강하민, 나 너랑 이혼할 거야!”
- 나는 소리쳤다. 영혼이 찢기는 듯 아팠다.
- 하지만 강하민은 차분하게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.
- 내가 다 쏟아낼 때까지 기다리더니, 코웃음을 쳤다.
- “혼인신고까지 마쳤어. 공평하네 마네, 그건 네가 정할 문제가 아니거든.”
- “이혼?”
- 그가 눈을 떨구며, 뭔가를 눌러 삼키듯 말했다.
- “꿈도 꾸지 마.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받아들이고, 안 되면 그냥 참아.”
- 그 말과 함께, 그가 내 쪽 차문을 확 열더니 힘껏 밀었다. 나는 그대로 차 밖으로 나가떨어졌다.
- “너는 방금 날 너무 불쾌하게 했어. 반성 좀 해.”
- 막 폭우가 지나간 참이었다.
- 나는 질퍽한 진창에 털썩 주저앉았다. 바닥은 미끄러웠다.
- 몇 번이나 몸부림치며 일어서려 했지만, 번번이 실패했다.
- 내 꼴이 우스웠는지, 강하민이 피식 웃었다.
- “홍은서, 봤지?”
- 나는 분해서 고개를 홱 돌렸다. 그는 차 안에서 비웃을 뿐이었다.
- “나 없으면 너, 일어나기도 힘들어. 진짜로 이혼하면, 어디 가서 뭘 할 수 있는데?”
- 내 대답 따윈 기다리지도 않고 문이 닫혔다.
- 차는 화살처럼 내 옆을 스쳐 달려갔고, 튄 진흙이 얼굴을 가득 덮었다.
-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. 그런데 머릿속엔 강하민과의 지난날만 번쩍거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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