제2화
- 나는 넋이 나간 채 차도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.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조여왔다.
- 내 몸 왜 이렇게 되었는지,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저 인간이었다. 그런 그가 제 여자 앞에서 나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다니.
-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악물고 참았지만, 결국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.
- 내가 옷이 다 벗겨진 채 웅크리고 있자, 서희주는 경악한 듯 소리쳤다.
- “세상에, 지안아, 너 이게 뭐야?”
- “가슴이.. 진짜 말도 안 되게 작네!”
- “무슨 빨래판도 아니고, 앞뒤가 똑같아서 어쩌니? 아하하하하!”
- 그녀는 내 드러난 가슴팍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조롱했다.
- 냉기 섞인 공기에 움츠러든 내 수술 부위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.
- 비웃음 소리가 잦아들고 나서야 차도준은 내 손목을 놓았다.
- 오랫동안 꽉 잡혀 있었던 탓에 손끝이 저릿하고 감각이 없었다. 나는 떨리는 손으로 느릿하게 옷을 챙겨 입었다.
- 나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이 지나치게 담담했던 탓일까. 차도준의 얼굴에 찰나의 당혹감이 스쳤다.
- 그에게 나는 너무 침착했다.
- “도준 씨, 내 가슴도 좀 만져봐!”
- 서희주는 차도준을 덥석 끌어안고 그의 손을 제 가슴에 가져다 댔다.
- “자기야, 내가 저런 빨래판보다 훨씬 낫지?”
- 차도준은 흘끗 나를 쳐다보았다. 내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보이지 않자, 그는 더 대담하게 서희주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.
- 방금 전까지 그들이 짓밟아 놓은 빨간 속옷 조각들이 둘의 발치에서 너덜너덜하게 뒹굴었다.
- 나는 차도준이 서희주를 소파에 거칠게 내리누르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. 그러다 갑자기 그녀가 벗어 던진 티팬티가 내 얼굴에 툭 떨어졌다.
- 차도준은 순간 멈칫하며 뭐라 하려던 찰나, 서희주가 그에게 짙게 입을 맞췄다.
- 그들은 마치 내가 이곳에 없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.
- 등 뒤에서 들려오는 저급한 소리를 뒤로한 채, 나는 묵묵히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.
- 차도준은 원래 여자 관계가 복잡했지만, 선을 넘는 법은 없었다.
- 그가 내 생활을 방해하거나, 집 안에 다른 여자를 들여 내 공간을 더럽히는 일은 결코 없었다.
- 하지만 오늘, 그 원칙은 처참하게 깨졌다.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저급한 신음 소리는 새벽이 다 되도록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.
- 그때였다. 벌거벗은 서희주가 뻔뻔하게 내 방 문을 두드렸다.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끈적한 이물질이 묻은 손을 휘둘러 내 얼굴과 머리카락에 쏟아부었다.
- “자, 이게 네가 그토록 원하던 거잖아. 꼴좋다.”
- 아래층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차도준이 보였다. 그는 내가 이런 꼴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,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.
- 오늘 나는 차도준의 여자 서희주에게 감히 ‘대들었던’ 것에 대한 대가였다.
- “차도준”
- 내가 창가에 서 있는 그를 향해 차갑게 불렀다.
- “서희주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보고도 가만히 있어?”
- 그는 대답 대신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,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뱉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갔다.
- 그 침묵이 내 뺨을 세게 후려치는 것보다 더 아프게 가슴을 찔렀다.
- “지안아, 너도 봤잖아. 차도준은 너한테 티끈만큼의 관심도 없어.”
- “아까 아래층에서 우리 소리 다 들었지? 내 말 잘 들어. 넌 평생 가도 차도준을 흥분시킬 수 없어. 그저 넌 도준 씨의 쾌락을 위한 쓰레기일 뿐이니까. 알았으면
- 빨리 꺼져!”
- 서희주는 깔깔거리며 차도준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.
- 나는 문 앞에 멍하니 서서, 머리카락에 끈적한 이물질을 천천히 닦아냈다.
- 드디어 깨달았다. 차도준에게 나는 아내가 아니었다. 하인보다 못한 존재, 내 자존감을 짓밟아 희열을 느끼게 하는 도구, 그저 자기 성욕을 배설하고 버리는 장난감일 뿐이었다.
- 서희주의 뒷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.
- 내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건 전부 차도준때문이었다. 하지만
- 서희주 너도 언젠가는 똑같은 꼴 당할 것이다. 아니,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.
- 그 생각에 나는 침대 밑 깊숙한 곳에서 낡은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. 우리가 결혼할 때 작성했던 이혼 합의서였다. 신혼 초, 그가 혹시라도 내가 결혼 생활에서 상처받을까 봐 걱정된다며 호언장담하며 건넸던 종이 쪼가리.
- 그때는 그게 내 권리를 보호해 주는 방패인 줄 알았다. 지금 보니 그건 나를 옭아매는 족쇄이자, 그가 마음껏 배신하기 위해 준비해둔 면죄부였을 뿐이다.
- 나는 떨리는 손으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.
- “변호사님, 이 이혼 합의서 공정하게 검토해 주세요.”
- 잠시 숨을 고른 뒤, 나는 담담하게 덧붙였다.
- "나, 차도준이랑 이혼할 거예요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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