제2화
- 게임이 시작됐다.
- 차유진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섞었고, 모두가 한 장씩 카드를 뽑았다.
- 킹 카드를 뽑은 사람은 원하는 번호 두 개를 지목해 미션을 내릴 수 있었다.
- 카드가 모두 돌자마자 서도윤의 친구 강태훈이 손에 든 카드를 들어 보였다.
- 킹 카드였다.
- 그는 활짝 웃으며 사람들을 둘러봤다.
- “그럼 3번은 술을 입에 머금고, 7번이 그걸 다 마시는 거다.”
- 서도윤이 7번 카드를 들어 올렸다.
- 그리고 3번은 차유진이었다.
- “서아야, 미안하네.”
- 차유진은 입으로만 사과했다.
- 눈빛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가득했다.
-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본 채 술을 입에 머금었다.
- 서도윤은 차유진의 어깨를 끌어안더니 혀로 그녀의 입술을 벌렸다.
- 차유진도 입을 벌려 적극적으로 응했다.
- 두 사람의 입가를 타고 술이 조금씩 흘러내렸다.
-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연신 환호성을 질러 댔다.
- 두 사람은 무려 10분 동안이나 키스를 나눈 뒤에야 아쉬운 듯 떨어졌다.
-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, 나는 카드 배분을 막아 세웠다.
- “나도 판돈을 걸게. 이번 라운드 킹이 나라면 규칙 하나를 바꿀 거야.”
- 차유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.
- “오? 뭘 바꾸려고?”
- 나는 손을 거두며 담담하게 말했다.
- “일단 카드부터 돌려.”
- 반지는 침대 시트 위에 떨어졌고, 차가운 빛을 띠었다.
- 방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.
- 곧 누군가 웃으며 맞장구쳤다.
- “재밌는데? 그럼 난 이 시계 건다. 작년에 스위스 경매에서 낙찰받은 한정판이야.”
- “난 다이아 커프스링크스 한 쌍 추가. 네 반지랑 잘 어울리겠네.”
- 판돈은 점점 쌓여 갔고, 차유진은 다시 카드를 섞었다.
- 그녀의 손놀림은 마치 공연처럼 능숙했다.
- 마지막으로 카드를 엎어 각자의 손에 건넸다.
- 역시 킹 카드는 내 차지였다.
- “마지막 라운드인 만큼...”
-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.
- 시선은 차유진을 끌어안고 있는 서도윤의 손에 머물렀다.
- “이번엔 좀 기억에 남는 걸 해 보자.”
-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, 거의 바닥이 보이는 테킬라 병을 집어 들었다.
- 그리고 검은색 실크 넥타이 하나를 꺼냈다.
- 두 물건을 판돈 더미 옆에 나란히 내려놓았다.
- “2번하고 10번.”
- 나는 서도윤과 차유진을 바라봤다.
- “뽑힌 사람 중 한 명은 이 넥타이로 눈을 가려.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몸의 아무 피부에나 술을 부어. 눈을 가린 사람은 촉각과 후각만으로 30초 안에 술이 묻은 위치를 찾아야 해. 그리고 정확히 어느 부위인지 말해야 하고.”
-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.
- “만약 틀리거나 시간을 넘기면 10번 카드를 뽑은 사람은 테라스 난간에 서서 아직 흩어지지 않은 하객들을 향해 외치는 거야. ‘나는 남의 남편만 밝히는 걸레입니다.’ 이 말을 세 번.”
- 순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.
- 차유진이 뒤집은 카드는 10번이었다.
- 서도윤은 손에 든 2번 카드를 내려다봤다.
-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.
- “이건 너무 심하잖아, 서아야.”
- 그는 이를 악문 채 겨우 짜내듯 말했다.
- “너무 심해?”
- 나는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.
- “내 신혼침대에서 둘이 잔 것보다? 아니면 지난 10년 동안 베프 사이에서 오갔던 그 도움들보다?”
- 나는 넥타이를 집어 들고 천을 천천히 펼쳤다.
- “골라. 할래, 아니면 질래?”
- 차유진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.
- 반면 서도윤은 그 넥타이를 바라보며 굳어 있었다.
- 마치 점점 조여 오는 뱀을 바라보는 사람처럼.
- “카운트 시작.”
- 내가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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