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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TSD로 내 인생을 망친 불륜녀를 치료하는 법

PTSD로 내 인생을 망친 불륜녀를 치료하는 법

stephenwriter

Last update: 1970-01-01

제1화 무너진 침실

  • 내 남편은 신입 대원을 구하려다 화재 현장에 사흘간 갇혔다.
  • 그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돌아왔지만, 함께 구출된 신입 대원 김유리는 정신적 드라우마를 겪었다.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는 오직 내 남편, 이진우를 안아야만 잠들 수 있었다.
  • 목숨을 구해준 사람으로서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며,아내인 내가 이해해줘야 한다고 했다.그리고 그가 말한 ‘이해’의 끝은—남편이 그녀를 안은 채,우리의 신혼 침대에서 잠드는 것이었다.
  • 이진우는 스스로를 탓하며 제 뺨을 세차게 때렸다.무릎을 꿇고, 몇 번이고 용서를 빌었다.하지만 김유리의 병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고, 이진우의 ‘치료’ 역시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.
  • 그녀의 흔적이 남을 때마다내 침대 시트는 새것으로 바뀌어야 했다.
  • 결국, 김유리의 임신한 배가 더 이상 가려지지 않게 되었을 때.
  • 이진우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모든 은행 카드와 부동산 서류를 내밀었다.
  • “서윤아, 유리는 나 때문에 저렇게 된 거야. 이 아이는 죄가 없잖아. 나 몰라라 할 수 없어.”
  • “너 심리 상담사 되고 싶어 했잖아. 제발, 유리를 첫 번째 환자라고 생각하고 고쳐줘. 나 좀 살려줘, 응? 서윤아.”
  • 초췌해 보였지만,그의 얼굴은 여전히 잘생겨 있었다.나는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,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.
  • “알았어.”
  • 그날 이후,집 안의 손님방이 정리되었다.
  • 첫날 밤—
  • 유리의 비명이 한밤중의 정적을 갈랐다.
  • 진우와 내가 동시에 달려갔을 때, 그녀는 침대 구석에 웅크린 채, 온몸을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.
  • “아아아..불이야… 안 돼…”
  • 진우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다가갔다.그리고 그녀를 품 안으로 단단히 끌어안았다. 아이를 달래듯, 익숙하고도 다정한 손길로.
  • “무서워하지 마, 유리야 내가 여기 있잖아, 괜찮아,괜찮아..”
  • 내게는 단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다정한 목소리였다. 나는 문앞에 서서 그 품 안의 여자가 안정을 찾고 잠들 때까지 한참을 지켜보았다. 진우는 김유리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에야 조심스레 밖으로 나왔다.
  • 나를 마주한 그의 눈에 죄책감이 짙게 깔렸다. 진우는 고개를 떨군 채,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.
  • “미안해, 서윤아. 자는데... 방해됐지.”
  • 나는 고개를 젓고 그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.
  • “유리는 좀 어때?”
  • “여전해. 눈만 감으면 화재 현장이 나올때래.”
  • 그는 물을 단숨에 들이켜고 지친 듯 미간을 짚었다.
  • “의사가 그러더라, PTSD라고. 시간이 필요하고…… 무엇보다 안전감이 필요하대.”
  • “지금으로선 그 안전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. 그래서…….”
  • 그날 밤, 우리는 각방을 썼다.
  • 진우는 유리가 다시 악몽을 꿀까 봐 거실에서 밤을 지새웠고 나는 차갑게 식은 킹사이즈 침대에 누워 창밖의 빛이 천장에 번질 때까지 눈을 감지 못했다. 이튿날도,
  • 그다음 날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. 유리의 비명은 매일 밤 고정 프로그램이 되었고, 진우의 포옹은 유일한 해독제가 되었다. 일주일 뒤, 비명은 발작으로 악화되었다.
  • 진우는 손님방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았다.
  • “내가 여기서 자야 유리가 좀 안심할 것 같아.”
  • 그리고 또 일주일이 흘렀다. 발작은 정신착란으로 번졌고, 그녀는 밧줄을 쥔 채
  • 스스로 목을 조르는 흉내까지 냈다. 결국, 바닥에 있던 매트리스는 유리의 침대 바로 옆으로 옮겨졌다. 그 무렵부터 나는 점점 마비되어 갔다.
  • 매일 세 사람의 식사를 준비하고, 옷을 세탁했다. 밤에는 홀로 잠들고, 다
  • 음 날 아침 진우가 다른 여자를 다정하게 깨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. 진우의 모든 인
  • 내와 다정함은 오직 김유리를 향해 있었다.
  • 나를 보는 유리의 눈빛도 변했다. 처음의 두려움과 거리감은 어느새 사라지고, 그 자리엔 교묘한 도발이 스며들었다.
  • 내가 진우에게 우유를 가져다줄 때면, 김유리는 일부러 컵을 떨어뜨리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. 진우는 내 손이 데었는지 아무 관심도 없이 김유나의 상태부터 살폈다.
  • 내가 침대 시트를 갈 때면, 김유나는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속삭였다.
  • “서윤 언니, 이 시트 색깔이 피를 흘린 것 같아요. 너무 무서워요.”
  • 그러면 진우는 집 안의 모든 빨강색 소품 다 치워버렸다.
  • 이 집은 서서히 김유리의 취향으로 변해갔다. 모든 것이 김유리를 중심으로 돌아갔고, 나는 어느새 이 집의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.
  • 전기는 비가 쏟아지던 어느 밤에 찾아왔다.
  • 천둥소리가 거세게 울리자 유리의 증상이 ‘악화’되었다. 그녀는 방 안의 컵을 깨뜨리며 아무도 오지 말라고 울부짖었다. 오직 진우만 빼고.
  • 나는 안방 문 앞에 서서 지켜보았다. 진우가 얇은 슬립만 걸친 김유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.완벽한 공주님 안기 자세로.
  • 진우는 김유리를 안고 한 걸음,한 걸음씩 우리의 침실, 우리의 침대로 걸어 들어갔다.
  • 그 순간, 내 세계가 거대한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