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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3화

  •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고, 라이브 카메라는 피투성이인 내 꼴만 집요하게 잡았다.
  • 온 플랫폼 시청자들이 이 난리를 생중계로 보고 있었다.
  • 하경호가 먼저 다가와 위에서 내려다보듯 훑었다.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독설, 모욕뿐이었다.
  • "일부러 이 꼴 만들어서 난동치러 온 거지? 하세린, 어쩌다 이렇게 독해진 거야."
  • 윤나은도 눈살을 바짝 찌푸리며 날카롭게 말했다.
  • "다 알아. 네 상처... 전부 네가 짠 자작극이잖아. 세아 대결혼식 박살 내고, 남들 동정이나 얻어보겠다는 속셈일 테지."
  • "너 원래 그랬어. 자해, 아니면 불쌍한 척. 남은 속여도 식구들은 못 속여!"
  • 하민혁은 분노를 못 이겨 다친 내 팔을 확 잡아챘다. 내 비명 따위는 씹고 고함쳤다.
  • "당장 집으로 꺼져! 토 나와 죽겠네!"
  • 이진우는 품에 연약한 하세아를 더 꼭 끌어안고, 나를 보는 눈엔 실망과 혐오만 가득했다.
  • "내가 그때 눈이 멀었지, 너랑 약혼을 했다니."
  • 사방에서 번갈아가며 나를 몰아붙였고, 기자들 셔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연달아 터졌다.
  • 나는 고개를 떨군 채, 한껏 약하고 가슴 부서진 척했다. 목소리도 울먹이며 낮게 깔았다.
  • "아빠, 엄마, 오빠, 이진우… 너희 눈엔 난 그냥 동정 끌어내려고 불쌍한 척하는 애야?"
  • "너희가 나 사랑하지 않는 거 알아. 내가 동생 결혼식 망칠까 봐 겁나는 거잖아…"
  • "하지만… 이 결혼식, 원래 내 거라고 약속했잖아!"
  • 피가 잔뜩 묻은 얼굴을 들고 이진우를 봤다. 일부러 만든 억울함을 눈가에 가득 담아서.
  • "우린 어릴 때부터 붙어 다녔잖아. 이렇게 오래 같이 지냈는데, 너 정말 한 톨의 진심도 없었어?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기였던 거야?"
  • 말을 마치고,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이진우 품에 기대 있는 하세아를 봤다. 말투엔 약한 기색을 조금 실었다.
  • "내 동생은 참 대단하네. 가뿐히 내 모든 걸 빼앗아 가니까. 모두가 너만 무조건 믿고, 난 뭘 말해도 늘 틀린 쪽이지 뭐야."
  • "네 말로는 내가 네 인생을 차지하고 다 뺏었다며? 그럼 나는? 내 예쁜 삶은 누가 빼앗아 갔는데?"
  • "세아야, 이제 만족해?"
  • 내 말에 그 집안 전부가 바로 불붙었다.
  • 하경호는 분통이 터져 가슴이 들썩였고, 손을 번쩍 들어 내 뺨을 세게 후려쳤다.
  • 피로 젖은 상처 위에 손바닥이 찍혀,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.
  • 나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, 가슴이 찢어지듯 비명을 질렀다.
  • 굵은 눈물이 피로 물든 웨딩드레스에 뚝뚝 떨어졌다.
  • 하민혁은 내가 아직 하세아를 빈정댔다고 더 광분해서, 이미 부러진 내 오른손을 덥석 움켜쥐고 힘껏 꺾었다.
  • 나는 바로 몸을 웅크리고 심하게 몸부림치며 떨었다.
  • 윤나은은 말릴 생각은커녕, 옆 테이블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들어 내 얼굴에 통째로 끼얹었다.
  • 끓듯 뜨거운 갈색 액체가 상처를 파고들어 커다란 붉은 자국을 번지게 했다.
  • 액체는 뺨의 피 자국을 따라 아래로 줄줄 흘렀고, 나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. 온몸이 멈추지 않고 경련했다.
  •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을 견디는 사람처럼 연기했다.
  • 그 순간, 비싼 무통 패키지 사길 진짜 잘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.
  • 아니었으면, 이 차가운 사람들한테 산 채로 고문당하다 죽었을 거다.
  • 하세아는 그걸 보더니 몸이 살짝 휘청, 가슴을 움켜쥐고는 힘없이 이진우 품으로 쓰러졌다.
  • 눈을 감고 숨이 가빠, 금방이라도 기절한 것 같은 연약한 꼴이었다.
  • 가족들은 완전히 폭발했고, 비난이 전부 내게 쏟아졌다.
  • "너 좀 봐. 세아 쓰러질 때까지 몰아붙여야 속이 후련해?"
  • "하세린, 넌 애초에 세상에 태어나선 안 됐어!"
  • "너 같은 썩은 심보는 차라리 죽어 버려야 해. 우리까지 피해 보지 않게!"
  • 그 말만 던지고, 그들은 기절한 하세아를 둘러싸 병원으로 데려갔다.
  • 콕콕 박히는 매정한 말들이 귓속을 파고들었다. 나는 고개를 떨군 채, 완전히 무너진 사람처럼 보였다.
  • 몸은 하나도 안 아파도, 이런 말을 들으면—
  • 가슴 한켠이 잠깐이라도 시큰거릴 수밖에 없었다.
  • 그때, 내 머릿속에서 시스템 목소리가 울렸다.
  • [무통 패키지 카운트다운 잔여 15분.]
  • 차가운 알림이 머리를 때렸고, 나는 멀쩡한 왼손을 옆에서 몰래 꽉 움켜쥐었다.
  • 십 분. 딱 십 분만 더 버티면, 시스템 요구를 끝낼 수 있어.
  • 날 한 번도 품어 준 적 없는 이 세계를 완전히 떠나, 거액 보너스를 들고 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.
  •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.
  • 눈물이 번진 시야로,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가족과 연인을 바라봤다.
  •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, 쉰 목소리로 절망을 눌러 담아 말했다.
  • "좋아. 너희가 한 말 전부 기억해둘게. 만약 모두 내가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한다면… 너희가 원대로 해 줄게."