제2화
- 경호원이 나를 거칠게 세단 뒷좌석에 밀어넣고, 문을 쾅 닫았다.
- 차가 막 호텔을 빠져나가자마자,
- 갑자기 차 두 대가 확 튀어나와 길을 가로막았다.
- 놈들 몇이 창문을 산산조각 내고는 그대로 날 끌어냈다. 팔을 비틀어 차문 밖으로 질질 끌었다.
- 경호원들은 볼썽사납게 보고만 있었다. 애초에 나 따위 지킬 생각이 없었거든.
- 놈들은 내 머리에 포대를 씌우고, 캄캄한 지하실에 내팽개쳤다.
- “너희, 하세아가 보낸 애들이지?”
- 나는 싸늘하게 내뱉고 놈들을 훑어봤다.
- “허, 뭔 소리야.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?”
- 앞잡이 놈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, 목소리는 기분 나쁘게 점잖 빼는 톤이었다.
- “근데, 진짜 미인이네. 그것도 웨딩드레스까지 입고. 이거 찍어서 올리면 돈 좀 되겠다.”
- 놈이 휴대폰을 꺼내 내게 들이댔다. 옆의 몇 놈은 둘러서더니 벌써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.
- 카메라 렌즈가 보이는 순간, 난 바로 연기를 켰다.
- 온몸이 덜덜 떨리게 만들고 바닥에 와르르 주저앉았다.
-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, 목이 메어 연신 빌었다.
- 동시에 시스템을 불러 긴급 결제를 눌렀다. ‘무통 패키지’ 한 세트.
- 앞으로 세 시간, 어떤 상처를 입어도 통증은 1도 느끼지 않는다.
- “제발, 제발 날 살려줘요.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. 제발 다치게 하진 마요, 제발요.”
- 나는 한없이 불쌍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계속 애원했다.
- 하지만 내가 그럴수록 놈들 눈빛은 더 들떴다.
- 앞잡이가 커터칼을 번쩍 들더니 내 볼을 확 그어버렸다.
- 찢기는 감각 대신, 지하실엔 내 처절한 비명만 울렸다.
- 몇 놈이 달라붙어 떼로 패댔다.
- 내 손을 밟아 으스러뜨리고, 갈비를 발로 걷어차 금이 가게 만들었다.
- 무통 보호가 전부 작동 중이라 난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.
- 다만 쇼를 하듯 웅크리고 울부짖었고, 시야 끝으로 구석에 쌓인 종이상자 더미와 라이터가 들어왔다.
- 놈들이 촬영 세팅하느라 허둥대는 틈을 타, 나는 라이터를 더듬어 잡아 상자에 불을 붙였다.
- 그리고 시스템에서 ‘대형 화재 시나리오’까지 하나 더 결제했다.
- 불길이 순식간에 지하실을 집어삼켰다.
- 놈들이 허겁지겁 불을 끄느라 날뛰는 사이, 나는 만신창이 몸을 끌고 문을 박차고 나가 웨딩홀 쪽으로 죽어라 뛰었다.
- 얼굴 상처에선 피가 계속 뚝뚝 떨어졌고, 부러진 팔은 맥없이 늘어졌다.
- 웨딩드레스는 흙과 피로 얼룩투성이. 지나가던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봤다.
- 멈출 수 없었다. 모두 앞에 돌아가서, 시스템이 요구한 전 과정을 끝까지 수행해야 했다.
- 얼마 안 가 웨딩홀에 닿았다. 입구에는 아직 하객들이 남아 있었다.
- 하경호, 윤나은, 하민혁, 이진우, 그리고 고급 맞춤 웨딩드레스를 깔끔히 차려입은 하세아. 다들 행복한 표정으로 하객들과 인사 나누며 화기애애했다.
- 먼저 나를 본 행인이 비명을 질렀다.
-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돌려, 시선을 내게 박았다.
- 하민혁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.
- 내 온몸의 피자국을 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.
- “하세린, 너 왜 돌아왔어? 누가 오라 했어?!”
- 윤나은은 입을 틀어막았다.
- 걱정은 눈곱만큼도 없고, 끔찍하게 보기 싫다는 표정뿐. 집안 망신이라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.
- “너 도대체 왜 이렇게 귀신 꼴이야? 일부러 결혼식 망치러 온 거니?”
- 하경호는 낯빛이 잿빛으로 변하더니, 앞으로 성큼 나와 손가락질하며 고함쳤다.
- “우리가 너 보냈다고, 자작극을 꾸미고 자해 쇼까지 해서 세아 결혼식을 박살 내려는 거냐!”
- 이진우는 하세아를 등 뒤로 바짝 숨기고, 나를 보는 눈엔 진저리만 남아 있었다.
- “난 그래도 네가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는 줄 알았다. 질척거리려고 자해까지 할 줄은 몰랐네.”
- 하세아는 이진우 품에 기대 숨어들듯 매달렸다. 눈가가 벌겋게 젖고, 나를 겁먹은 듯 올려다봤다. 연약한 척이 너무 자연스러웠다.
- “세린아, 이건 너무 극단적이야. 아무리 억울해도, 동정받겠다고 스스로 다치게 하면 안 되지.”
- 그들은 빙 둘러 내 앞길을 꽉 막았다. 나를 계단 아래에 가둔 채, 한 발짝도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.
- 웅성거림을 들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짊어지고 몰려왔다.
- 렌즈가 전부 나를 겨눴고, 라이브 화면은 실시간으로 전부 송출됐다.
- 나는 휘어 일그러진 오른손을 축 늘어뜨렸다. 얼굴에서는 피가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.
- 얇은 시폰 너머로 가슴팍의 커다란 멍이 또렷이 드러났다.
- 사람들 한가운데 조용히 서서, 한때 내가 진심을 다해 대했던 그 무리를 바라봤다.
- 가슴 한켠도 쓰리지 않았다. 억눌리지 않는 기대만 끓어올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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