메아리
나는 줄곧 남들의 비밀을 엿들어 왔다. 지금까지 벌써 천이백 명은 넘게 들었지.근데 오늘은 달랐다. 오늘 내가 들은 건 비밀이 아니라 죽음이었다.
나는 춘천시 물환경공단 소속 수문 관측원이다. 근무지는 소양강댐 하류 3킬로미터 지점의 수문 관측소. 매일 수위, 유속, 탁도를 기록하고, 15년째 쓰는 수중 소나 배열을 관리한다. 그 소나는 원래 물고기 회유를 관측하려고 깔아둔 거다. 근데 3년 전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 뒤로, 다른 걸 잡아내기 시작했다.
사람 목소리. 말소리 말고. 사람 몸이 물에 잠기고 나서, 성대가 마지막으로 한 번 떨며 내는 그 소리.
먹먹하고, 짧다. 진흙탕에 돌멩이 하나 툭 던지는 소리 같다.
또 누구가 물속에서 살려달라 외치는데, 강물이 목구멍으로 밀고 들어와 모든 음절을 으깨 버리고, 딱 하나의 주파수만 남는 느낌. 400에서 600헤르츠 사이. 0.3에서 0.8초 이어지다가 0으로 떨어진다.
난 그게 뭔지 안다. 천이백 번 넘게 들었거든.
상류에서 시신이 떠내려와 소나 배열 구간을 지날 때마다, 시스템은 물속의 이상 진동을 자동으로 감지해서 음향 지문 파일 하나를 남긴다. 3년 동안, 이 강은 평균 하루에 한 구 꼴로 시신을 내려보냈다. 스스로 뛰어든 사람, 익사자, 던져진 사람, 그리고 영원히 신원조차 확인 못 하는 이들까지. 나는 전부 번호를 매겨 하드에 저장했다. 하지만 신고는 한 번도 안 했다.
내가 냉혈이라서가 아니다.
내 손에 있는 이 녹음 파일들이 돈이 되거든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