불륜남 버리고 남대생으로 갈아탔다
stephenwriter
Last update: 1970-01-01
제1화
- 서울 사람이라면 다 안다.
- 딜런 그룹 대표 김재훈은 넥타이 바꾸듯 애인을 바꾼다고.
- 김재훈과 결혼한 지 3년.
- 나는 그를 위해 각종 안전용품까지 챙겨주고,
- 그가 질려버린 애인들도 대신 정리해줬다.
- 그러다 오늘,
- 그의 아랫도리에 새 여자친구 박한나의 이름이 문신으로 박혀 있는 걸 본 뒤,
- 나는 서명해 둔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.
- 김재훈은 이혼 서류를 거칠게 집어던졌다.
- “넌 내가 누구랑 있든 평생 사랑해 준다며? 신경 안 쓴다며?”
- 나는 그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콕 가리켰다.
- “내 이름을 가슴에 새긴 남대생이 있거든. 너무 질질 끌면 그 애가 상처받아.”
- ……
- “이다율, 이런 유치한 쇼가 재밌어?”
- 그가 허리를 굽혀 내 귓가에 숨을 뿜었다. 박한나의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.
- “애송이 하나 주워오면 내가 널 신경 쓸 줄 알았나?”
- “장난치는 거 아니야.”
- 나는 서류를 다시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.
- “사인해. 우리 서로 좋게 끝내자.”
- 김재훈은 싸늘하게 비웃더니, 손으로 내 턱을 꽉 집어 올려다보게 했다.
- “3년 동안 날 사랑한다면서, 억지로 결혼까지 해놓고, 이제 와서 그만? 장난해?”
- “이다율, 마지막 기회 줄게. 방금 한 말 취소해. 못 들은 걸로 해줄 테니까.”
-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. 다만 눈을 피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봤다.
- 내가 침묵하자 그의 눈끝에 분노가 더 짙어졌다.
- 그는 내 턱을 확 놓고, 의자 위에 걸린 외투를 움켜쥐더니 문 쪽으로 걸어갔다.
- “사흘 줄게. 진정하고 생각 정리해. 그때 와서 사과해.”
- “그때 가서 또 울면서 돌아오라고 빌지 마. 꼬리 흔드는 개처럼.”
- 그래, 난 예전엔 정말 개 같았다.
- 7년 전, 집안 연회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, 미친 듯이 좋아했다.
- 그가 친구랑 내기에서 져서 내게 와선 농담 한마디 던졌는데, 나는 그 한마디를 3년을 품고 살았다.
- 3년 전, 딜런 그룹이 자금난에 빠지자, 나는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.
- 정략결혼을 받아들이고 그의 회사에 투자를 넣었다.
- 그는 그걸로 내가 결혼을 강요했다고 여겼다.
- 첫날밤,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나를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.
- “이다율, 우리 각자 알아서 놀아. 난 널 안 건들 테니. 너도 내 일에 간섭하지 마.”
- 나는 웨딩드레스 치맛자락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.
- 속은 스산했지만, 목소리는 단단했다.
- “괜찮아. 기다릴게.”
- 네가 실컷 놀고 돌아올 때까지. 네가 나를 보게 될 때까지.
- 그렇게 3년을 기다렸다.
- 문 두드리고 찾아온 여자만 스물일곱. 나는 그들을 하나씩 돌려보냈다.
- 박한나는 한정판 주얼리를 좋아했다.
- 그는 곧장 비서에게 내 소장 다이아 목걸이를 보내주라 지시했다.
- 언젠가는 그의 마음이 데워질 거라 믿었다.
- 한 시간 전까지는.
- 김재훈이 들뜬 얼굴로 집에 들어왔다.
- “꼬마 아가씨가 너무 부끄럼을 타네. 아직도 못 건들게 해.”
- 분을 못 이긴 그는 허리띠를 확 잡아 내리더니, 내 머리를 아래로 눌렀다.
- 그때 봤다. 그의 그곳에 새겨진 문신.
- 최근 그가 쫓아다니는 여대생, 그 이름. 박한나.
- 그 순간, 한숨이 심장에 꽂혔다. 그냥, 지쳤다.
- 3년의 마음. 3년의 결혼. 거대한 농담 같았다.
- 나만 붙들고 있던 이 결혼, 이제 끝낼 때가 됐다.
- 나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, 이혼 서류를 부탁했다.
- 전화를 막 끊자마자 화면이 다시 켜졌다.
- 그가 반 시간 전에 보낸 셀카였다. 이마엔 땀이 맺혀 있었고, 입꼬리는 짓궂게 올라가 있었다.
- “누나, 지금 어디야. 내가 갈까?”
- 나는 손가락으로 짧게 쳤다.
- “아냐. 내가 갈게.”
- 문자를 보내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.
- 난 김재훈이 물건 가지러 돌아온 줄 알고 문을 열었다.
- 문 앞에 서 있는 건 박한나였다.
- 초미니에 샤넬 백을 들고, 입가엔 잘난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.
- “다율 언니, 재훈 오빠가 커프스 가지러 오라 했어요.”
-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, 몸을 쏙 밀어 넣더니 익숙하게 안방으로 향했다.
- 나는 문틀에 기대서, 그녀가 김재훈 옷방 서랍을 열어젖히는 걸 봤다.
- 마치 이 집 안주인인 양 자연스러웠다.
- 그녀는 사파이어 커프스 단추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.
- “재훈 오빠가 다음 주에 파리 쇼 데려간대요. 이 커프스가 제 드레스랑 딱이라네요.”
- 그녀가 내 앞까지 와서 위아래로 훑어보았다.
- 눈에 노골적인 업신여김이 번졌다.
- “다율 언니, 서른이나 나이를 먹었으면서 아직도 오빠 부인 자리 붙잡고 있을 거예요?”
- “오빠가 그랬어요. 좀 있으면 언니랑 이혼한다고.”
-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, 가방에서 이혼 서류를 꺼내 그녀 앞에서 살짝 흔들었다.
- “기다릴 필요 없어. 난 이미 사인했거든.”
- “급하면 지금 당장 가져가서 그 사람 사인 받아.”
- 박한나의 미소가 굳었다.
- 그녀는 멍하니 나를 보다가,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자기 뺨을 세게 후려쳤다.
- 텅 빈 거실에 맑고 큰 따귀 소리가 쨍 울렸다.
- 내가 반응할 틈도 없이,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났다.
- 문 앞에 선 김재훈의 얼굴이 잿빛으로 굳어 있었다.
- 박한나는 뺨 한쪽을 감싸쥔 채 울먹이며 그의 품으로 푹 파고들었다.
- “재훈 오빠, 난 그냥 커프스만 가지러 왔는데, 다율 언니가 날 때렸어……”
- 그녀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.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뺨 반쪽은 정말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.
- 김재훈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. 눈에 노골적인 분노가 번졌다.
- “이다율, 미쳤어?”
- 말과 동시에 그가 나를 향해 손을 뻗어 확 밀쳤다.
- 나는 중심을 잃고 현관 대리석 콘솔에 등을 세게 부딪쳤다.
- 날카로운 모서리가 허리를 찍었다. 숨이 턱 막히며 찬 공기가 새어 나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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