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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억 상실 후, 남편이 후회됐다

기억 상실 후, 남편이 후회됐다

stephenwriter

Last update: 1970-01-01

제1화

  • 나는 재벌 총수의 아내였다. 예전에는 무슨 일이든 남편을 우선으로 생각했다.
  • 남편의 불륜과 가족의 죽음이라는 이중의 충격 끝에 나는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렸다.
  • 기억을 잃기 전,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와 내연녀의 관계를 폭로했다.
  • 그러자 남편 강민혁은 '사생활 침해'를 이유로 나를 법정에 세웠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.
  • 온 인터넷이 재벌가에 버림받은 내 꼴이 웃음거리가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.
  • 강민혁은 내연녀 윤여진의 허리를 감싸 안고 말했다.
  • “사과하지 않으면 감옥에 갈 줄 알아.”
  • 윤여진은 내게 요염한 눈짓을 보냈다.
  • “사모님, 지금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제삼자예요.”
  • 나는 느긋하게 손목의 다이아몬드 팔찌를 살짝 잡아당기며 두 사람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.
  • “걱정 마. 반드시 제대로 사과해 줄 테니까.”
  • 저들은 아직도 내가 예전처럼 마음대로 짓밟을 수 있는 한서윤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.
  • 미안하지만 나는 기억을 잃었다.
  • 이번에는 너희가 울면서 내게 매달릴 차례야.
  • ...
  • “한서윤, 죽었냐? 당장 안방에서 나가! 여진이가 내 아이를 가졌어. 이제 이 방은 여진이 방이야.”
  • 눈을 뜨자마자 크리스털 재떨이 하나가 내 발치로 날아와 떨어졌다.
  • 깨진 유리 조각이 발목에 튀어 혈흔 하나를 남겼다.
  • 강민혁은 안방 문가에 서 있었다.
  • 말끔한 정장 차림에 표정은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.
  • 윤여진은 그의 품에 기대 한 손으로 아랫배를 감싸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.
  • “민혁 씨, 서윤 씨한테 너무 그러지 마요. 방금 퇴원했잖아요. 자극받으면 안 돼요. 저는 손님방을 써도 괜찮아요. 굳이 방을 비울 필요 없어요.”
  •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발은 이미 안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.
  • 기억의 파편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.
  • 나는 강민혁의 법적 아내 한서윤이었다.
  • 지난달 엄마 장례식이 있던 날, 그는 윤여진을 데리고 바닷가로 휴가를 떠났다.
  •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이 요트 위에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가문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.
  • 그리고 곧바로 사생활 침해 혐의로 고소당해 공개 사과를 강요받았다.
  • 분노에 기절했고, 깨어나니 기억을 잃어버렸다.
  • 아니.
  • 정확히 말하면 예전처럼 나약해서 누구에게나 짓밟히던 한서윤이 죽은 것이다.
  • 지금 여기 서 있는 건 다시 태어난 재벌 총수의 아내다.
  •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의 유리 조각을 내려다봤다.
  • “임신했어? 좋은 일이네.”
  • 강민혁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.
  • 내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.
  • “뭐라고?”
  • 나는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맨발로 유리 조각 위를 밟았다.
  • 곧바로 피가 배어 나와 카펫 위에 붉은 점 몇 개를 남겼다.
  • 윤여진은 놀라 강민혁의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.
  • 나는 그녀 앞으로 걸어가 아직 불러오지도 않은 배를 손으로 가볍게 만졌다.
  • “우리 민혁 씨 아이를 가졌다면 이 집에 남아 있어도 좋겠네요. 아이를 낳으면 내게 데려와요. 내가 키울 테니까요. 그쪽은 내연녀일 뿐이니까 강씨 가문의 아이를 키울 자격은 없어요.”
  •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민혁이 손을 들어 나를 때리려 했다.
  • 나는 반걸음 뒤로 물러섰고, 그의 손은 허공만 갈랐다.
  • 휘청거리던 그는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.
  • “미쳤어? 여진이는 내 진정한 사랑이야!”
  • “진정한 사랑?”
  • 나는 웃으며 벽에 걸린 웨딩사진을 가리켰다.
  • “우리 결혼할 때도 당신은 우리 아버지께 똑같은 말을 했었어. 그리고 가문 어른들이 정말 이 여자를 인정할 것 같아? 안방에 들이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래.”
  • 나는 돌아서서 침대 옆 협탁을 열었다.
  • 안에 있던 부동산 등기권리증 뭉치와 회사 지분 양도 계약서를 꺼내 전부 그의 얼굴에 던졌다.
  • “이 집들과 회사 지분을 전부 내 명의로 넘겨. 그러면 당장 손님방으로 옮겨 줄게. 그렇지 않으면 오늘 당신 둘 안방 물건에 손끝 하나라도 대는 순간, 내가 횡령 증거를 전부 공개해 버릴 거야.”
  • 강민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.
  • 그는 내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.
  • 예전에 내가 그의 재무를 맡아 관리했을 때 그가 숨긴 장부들은 전부 알고 있었으니까.
  • “감히!”
  • 그는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봤다.
  • 나는 바닥에 떨어진 등기권리증 한 장을 주워 먼지를 털었다.
  • “내가 못할 것 같아?”
  • 윤여진은 슬며시 강민혁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물러나라는 눈빛을 보냈다.
  • “민혁 씨, 우리 먼저 나가요. 서윤 씨를 더 화나게 하지 말아요.”
  • 두 사람은 화가 잔뜩 난 채 어쩔 수 없이 방을 나갔다.
  • 나가기 전 강민혁은 문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.
  • 나는 발바닥에 박힌 유리 조각을 내려다보다가 아무렇지 않게 뽑아냈다.
  • 그때 내 최측근인 이지아가 구급상자를 들고 들어왔다.
  • 손이 떨리고 있었다.
  • “사모님,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괴롭히시는 거예요?”
  • “왜냐고?”
  • 나는 웃으며 알코올 솜으로 상처를 닦았다.
  • “방금 그건 예전의 한서윤을 대신해서 받은 거야. 이제부터는 저들이 빚을 갚을 차례지.”
  •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윤여진의 SNS 계정을 열었다.
  • 방금 올라온 게시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.
  • 우리 집 정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.
  • 글귀는 이랬다.
  • ‘드디어 집이 생기게 됐어. 아가야, 고마워.’
  • 댓글에는 그녀의 행복을 축하하는 말들이 가득했다.
  •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.
  • 이지아는 내 행동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.
  • 나는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손가락 끝으로 화면을 가볍게 두드렸다.
  • “집을 원한다잖아? 그럼 만들어 줘야지. 온 도시 사람들이 전부 알게 될 집을 말이야.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