목록

+ 서재에 추가하기

다음 화
넌 이제 내 여자야

넌 이제 내 여자야

곰jelly

Last update: 2024-02-14

제1화 검품

  • 칠흑 같이 어두운 방 안에 심기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푹신한 침대에 혼자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.
  • 오늘 밤은 그녀와 여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의 첫날 밤이었다.
  • 결혼식도, 피로연도 없이 기다리기만 하다 마주한 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자의 뒷모습과 그의 차가운 말 한마디였다.
  • “깨끗이 씻긴 뒤 침대로 옮겨, 검품을 해봐야겠어.”
  • 검품…
  • 그 남자한테 그녀는 쓸 곳이 있는 물건일 뿐이었다.
  • 갑자기 방문이 열리자 심기는 이불을 꼭 쥔 채 꼼짝할 수 없을 만큼 굳어버렸다.
  • 여씨가의 둘째 도련님은 얼굴이 못생기고 성격이 괴팍한데 다리에 문제가 있어 남자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뒤로는 더 변덕스러워졌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.
  • 게다가, 그가 불운한 사주를 가지고 태어나 아내 다섯명이나 기묘하게 사망했다는 소문까지 온 도시에 퍼져 있었는데, 그 때문인지 아무리 여씨 집안의 재물을 탐내는 집이라도 자신의 딸을 그 집에 시집 보낼 엄두는 내지 못했다.
  • 하지만 심씨 집안은 달랐다.
  • 심씨 집안은 돈이 매우 궁한데다 회사에 자금줄 역시 끊기게 되어 도산에 처할 위기에 놓여있었다.
  • 채권자들이 집에 찾아와 포악하게 소리치고 위협했다.
  • 이때 한 줄기 빛과 같이 여씨 집안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. 그러나 심기의 부모는 금지옥엽 키운 결점 하나 없는 동생을 희생시킬 수 없어 한번 결혼한 적이 있는 그녀를 여씨 집안에 시집 보내기로 했다.
  • 아버지의 애처로운 부탁과 20여 년 동안 자신을 키워준 은혜를 저버릴 수 없어 심기는 동생을 대신하여 이리도 무서운 여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.
  • 휠체어가 바닥을 쓸며 나는 소리가 점점 또렷해지자 심기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.
  • 어둠 사이로 그녀는 한 그림자가 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…
  • 이불이 돌연 걷히더니 큰 손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. 그 사람처럼 손은 무척이나 차가웠다.
  • “아!”
  • 심기가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.
  • 자신을 비웃는 차갑고도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.
  • “무섭나?”
  • 그러나 손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. 얇은 손가락이 그녀의 뺨과 가냘픈 목 그리고 아름다운 쇄골을 쓸며 내려갔다…
  • 그리고 더 내려간 곳엔 너무나도 매혹적인 모습이 있었다.
  • 심기는 이불을 꼭 쥔 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.
  • 그러나 그의 큰 손은 매끄러운 배를 지나서도 여전히 멈추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고 더욱 밑으로 내려갔다…
  • “잠…. 잠시만요!”
  • 묵헌의 손이 그녀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쓰다듬으려고 할 때 심기가 그의 손을 잡았다.
  • 남자 구실을 못 하는 사람들은 심리상태가 꼬인 탓에 SM과 같은 특별한 취향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. 심기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말했다.
  • “도…. 도련님, 제발 멈추세요.. 저는…”
  • “그럴 수는 없어.”
  • 심기의 몸이 굳어졌다. 마주 잡은 두 손에서 심기의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.
  • “허, 이 애송이 같은 반응은 뭐지? 첫 경험도 못 해본 처녀 연기를 하는 건가.”
  • 묵헌의 차가운 목소리에서 비꼬는 말투가 가득했다.
  • 묵헌의 말을 듣자마자 심기는 놀랐다. 묵헌은 자신이 심월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챈 듯싶었다.
  • 곧바로 불이 환하게 켜졌고 심기는 본능적으로 두 눈을 감았다.
  • 묵헌는 잡고 있던 손을 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심기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.
  • “당신을 심월이라고 불러야 할까? 아니면 심기라고 불러야 할까? 말씀해보세요. 부인.”
  • 싸늘한 말투에 심기는 겁에 질린 듯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. 눈을 뜨자 깊고도 차가운 묵헌의 눈빛과 마주쳤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