목록

+ 서재에 추가하기

다음 화
나는 마도사다.

나는 마도사다.

이가네

Last update: 2023-02-15

화1 프롤로그

  • 평범한 하루였다.
  • 맑은 날씨와, 거리에는 수많은 커플들이 걸어다니지만 나는 이 곳 나만의 전쟁터인 편의점에서 일을 한다.
  • 그렇게 오늘도 반복된 업무를 하고 있자니…
  • "어서오세요."
  • "크크, 그러니까 여기가 담배 잘 뚫리는 곳이라니까."
  • "형, 알바 듣겠어요."
  • "야, 들으면 지가 어쩔건데? X보루 골드 하나요."
  • 역시나 오늘도 민증에 잉크도 안 마른 고삐리가 와서 당당하게 담배를 요구한다.
  • '요즘 고등학생들은 발육이 좋네..'
  • 시원하게 욕이라도 퍼부으며 쫓아내버리고 싶지만 깡마르고 소심한 내가 욕이라도 했다간 이 새파란 고삐리한테 보란 듯이 얻어맞을 것이 분명했다.
  • "신분증 확인할게요."
  • "집에 있는데요."
  • "안 됩니다."
  • "아니, 이 앞이 제 집이라니깐요?"
  • "그래도 안 됩니다."
  • 강하게 안 된다고 거듭 말하자 고삐리의 후배로 보이는 놈이 먼저 제 발을 저렸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,
  • "아니 씨발, 담배 달라고요."
  • 이것 또한 역시.
  • 반복이다.
  • "신분증 없으시죠?"
  • "김강윤? 야, 너 씨발 내가 얼굴 봐놨다? 조심해라."
  • 솔직히 쫄았다.
  • 왜 편의점은 명찰을 달고 있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.
  • 고삐리가 욕을 내뱉으며 나가고 나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문 밖을 바라봤다.
  • "에휴, 뭣같은 알바. 때려치던가 해야지."
  • 그리고 그 때였다.
  • 반복적인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이.
  • 아니, 정확히는 변화가 아니었다. 격변? 격변이 맞는 말이겠다.
  • 「그래? 때려치면 뭐 할건데?」
  •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.
  • "뭐, 뭐야?!"
  • 「왜 그렇게 놀라고 그래? 처음은 아닌데 너한테 말 거는게.」
  • "누, 누구세요? 어디서 말하는 거야?"
  • 「너도 지금 이 세상이 싫잖아?」
  • 어안이 어벙벙했다.
  • CCTV를 봐도 매장 안에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는데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기라도 하는 듯 또렷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.
  • 그런데.. 남자야? 여자야?
  • "아니 어디서 말하는 거냐고!"
  • 「생각보다 발성이 좋네. 이렇게 대화하는건 처음인가? 좋아, 인심썼다. 지금 바로 뒷문을 열고 건물을 나가봐.」
  • "내, 내가 왜 당신 말대로 해야 하는데?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?"
  • 「하하…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몸은 잘 따르는데?」
  • 그의 말대로였다.
  • 말까지 더듬으며 안 쫀 척 당당히 말했지만 몸은 이미 뒷문을 나서고 있었고 뒷문을 나온 뒤 건물 밖으로 향하는 문을 밀고 나갔다.
  • 그랬더니…
  • "어? 어...어?"
  •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빛과 함께 나는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알 수 없는 세계에 와있었다.
  • "꿈..인가?"
  • 황량한 사막, 뜨거운 태양이 머리와 등을 태우는 듯 했다.
  • 「드디어 만날 수 있겠네.」
  •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고, 대답을 하려했지만 할 수 없었다.
  •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저 실루엣이 바로 목소리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.
  • 「반가워, 다른 세상의 나.」